2016년 2월 25일 목요일

에릭과 언어교환(2)

     오늘도 에릭과 언어교환 활동을 했습니다. 본래 제가 지난 주에 이어 "자본주의의 종교적 구조"에 관한 글을 써 가기로 했는데, 출력해 놓고 책상에 두고 나오는 바람에 손가락만 빨았습니다. 대신, 제가 생각해 봤던 나머지 두 가지 유사성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여러 이야기를 서로 나눴습니다.

     자본주의의 종교적 구조 가운데 두 번째 요소는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l'espoir en l'avenir)입니다. 종교와 마찬가지로(comme la religion), 자본주의도 근심, 불안, 미래에 대한 불투명을 이야기합니다. 종교는 이것을 최후 심판, 저주, 구원과 같은 '종말론'과 연결시키지만, 자본주의는 '상품'과 연결시킵니다. 대표적인 상품이 바로 '보험'(l'assurance)이지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을 '상품'으로 만들어 제시함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돌아서게 하고, 마음에 안전장치를 만들어 주지요. 다시 말해, 자본주의는 돈이라는 물질에서 물질 이상의 가치를 갖는 '정신적' 영역과 접촉합니다. 돈과 이면지 모두 재질(matière)은 '종이'지만, 찢어보라 하면 전자를 찢기는 매우 힘듭니다. 왜냐? 종이 이상의 가치를 보기 때문입니다. 돈은 유물적 가치를 넘는 정신적 가치 - 이것은 지배적 가치, 자율성을 갖는 가치까지 올라갔습니다 - 를 지닙니다.

     세 번째로, '모방 욕망'(le désir mimétique)을 들었습니다. 본래 이 용어는 작년 11월 타계한 프랑스 문학자, 철학자인 '르네 지라르'(René Girard)가 욕망 구조를 설명하며 제시했습니다. 저는 라틴아메리카 해방신학자/철학자들의 견해를 따라, 이 용어를 정치-사회-경제적 차원에 적용해 보려 합니다. 특별히, 자본주의 경제 영역에서 '욕망'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핵심인 '확대-재생산'(expansion-reproduction) 메커니즘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예를 들어 보면, 뉴스에 모 연예인이 어떤 패션을 했다, 무슨 핸드백을 들었다 하는 요소가 '유행'이 됩니다. 유행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든, 우연히 유행이 되든, 대중의 욕망은 곧 바로 그 상품을 소유하고자 하는 쪽을 지향합니다. 욕망의 지향점이 되는 셈이죠. 그것은 일종의 '모방'입니다. 닮아가는 길, 모델을 따르는 길, 모델이 제시한 기준을 토대로 사유하는 길입니다. 마치 그리스도교에서 '그리스도를 모방하며'(Imitatio Christi)를 통해 주인을 따르는 제자도를 설명하는 것처럼, 여기에는 모델을 모방하여 그 모델처럼 되고자 하는 욕망이 작동합니다. 상류층이 소비하는 루이뷔통을 중산층이 보편적으로 소유, 소비합니다. 중산층에 유행될 무렵이면, 상류층은 또 다른 상품으로 이미 갈아탄 이후죠. 그렇게 상품의 '확대-재생산'이 작동합니다. 빗나간 이야기이지만, 오늘날 "인문학"이라는 상품 역시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엄청한 학자들이 평생에 걸쳐 쌓은 학문의 업적을 아주 편하게 유행따라, 철따라 소비하는 시대, 골라 먹는 시대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에릭과 이야기 하면서, 종교와 자본주의가 내부적으로 겪는 "위계서열"(hiérarchie) 문제를 재미있게 나눴습니다. 유럽 종교사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오늘날 프랑스를 위시한 여러 국가가 "세속화"(sécularisation)와 종교의 "탈기관화/탈제도화"(désinstitutionnalisation)를 강조하는가에 대한 '역사적 추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현재 자본주의가 활발하고 극단적으로 수행되는 지역인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극심한 빈부 격차 상황에서 민중을 휘어잡은 새로운 종교적 바람인 '오순절 운동'(le pentecôtisme) 내부의 철저한 위계질서 - 파리의 사회학자 레제(Léger)는 이를 '새로운 추장 질서'라 불렀죠 - 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매우 풍성한 이야기가 오갔네요. 생각보다 전문적인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한국어는 오늘 뜻하지 않게 "극존칭"에 대한 학습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운 부분이라 간략하게 두 개 표현 정도만 이야기했습니다. 다음에 볼 때는 한국어를 조금 체계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어서 크게 3부분으로 구성하여 언어 교환을 시도하려 합니다. 첫 번째 부분에는 매주 외울 단어 10개, 두 번째 부분에는 간략한 문법, 세 번째 부분은 실용적 대화 연습, 간간히 한국 문화에 대한 소개를 곁들여 볼까 합니다. 잘 되면, 교재로 넘길께요.^^ 불어 글은 다음 주에 에릭과 교정 본 이 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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