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5일 토요일

번역서 오역 문제

금요일 오전 BNU에서 오후에 있을 세미나 자료를 읽었다.

한 30쪽 가량 되는 분량이었는데, 생각보다 개념이 어려워 시간 소요가 많았다. 불어본은 역본(원본은 독어)이라서 내용이 애매할 경우에는 원본이나 다른 역본(가령, 영어본)을 대조해서 읽고 난 뒤 의미를 결정한다. 그런데 어떤 부분을 읽다가 내용이 들어오지 않아서 급기야 원서와 영역본, 불역본을 대조해 보았다.

불어에는 sans 이라고 적혀 있었고, 영어에는 in 이라고 적혀 있었다. 완전히 다른 뜻이다.
영어를 적용해서 읽으면, 그 글은 절대자(신)에 대한 인간의 순응을 말하는 글이 되고, 불어를 적용하면, 절대자(신)에게 항거하는 내용이 된다. 아무리 뜯어 읽어봐도 두 번역본이 화해되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독어 원서를 찾았다. 듬성 듬성 찾아서 보니 독어는 gegen을 사용했다.
 gegen은 영어의 against, 불어의 contre에 해당한다. 따라서 어떤 것에 대한 긍정보다 부정, 순응보다 저항을 지시하는 말이 된다. 불어 번역이 타당하고, 영어 번역이 오류다.

번역 오류는 때때로 매우 치명적이다. 전치사 하나를 잘 못 번역해서 내용 전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스펠링을 잘 못 읽어 오역하는 경우(gentle을 gentile로 읽어, 온화한을 이교도로 번역한 책도 있었다), 줄 하나를 건너 뛰고 번역해서 원서가 소설이 되어 버리는 경우 등 겉잡을 수 없다.

 실수가 전혀 없을 수 없겠으나, 역자는 이런 실수를 결코 자기 합리화로 연결하면 안 된다. 누군가에게 그 글은 생사를 오고가게 하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소나기는 피하면 되지만, 가랑비는 괜찮겠지 하다 어느 새 옷을 다 적시고 만다.

 번역팀의 화이팅을 외쳐본다.

 Bon weekend !

댓글 2개:

  1. 금요일날 그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흘리고 사라져서 궁금했는데... 음.. 그렇쿤요.
    그 번역오류가 헤겔의 텍스트였던 가요...? 예전에 법철학이 궁금해서 헤겔의 '법철학 강요'를 집어들었다가 뒤적뒤적만 하다가 덮었던 기억이 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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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헤겔 텍스트는 아니고, 헤겔에 관한 글이었네요. 번역서에는 이런 오류가 왕왕 나와요. 지금 번역 중인 책도 벌써 3개나 찾았네요. 한 5개 정도 나오면, 내용의 참신성과 깊이를 떠나서 의구심이 증폭되지요. 혹시 대필? 이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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